가계약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 계약금과 다른 가계약금의 법리
부동산 매매나 전세·월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일단 잡아두는" 뜻으로 가계약금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뒤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계약금은 원칙적으로 돌려받는 돈이고, 예외적으로 못 돌려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경계를 정리합니다.
1. 가계약금은 원칙적으로 민법상 해약금이 아닙니다
계약을 체결한 날 매수인(임차인)이 매도인(임대인)에게 지급하는 "계약금"에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계약서에도 보통 같은 취지의 조항이 들어갑니다.
민법 제565조(해약금) ①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런데 가계약금은 다릅니다. 법원은 가계약금을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면서 장차 계속될 계약 교섭의 기초로 지급한 일종의 증거금"으로 봅니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계약금의 일부로 충당되고, 본계약이 성립하지 않으면 매수인에게 반환될 것이 전제된 돈이라는 것입니다. 계약금에는 민법 제565조가 적용되지만 가계약금에는 그런 규정이 없으므로, 가계약금이 당연히 해약금의 성질을 갖는다고 해석할 수 없습니다. 결국 가계약의 구속력이 있는지, 가계약금이 해약금인지는 당사자의 의사 해석 문제입니다(울산지방법원 2019. 5. 16. 선고 2018나25816 판결).
민법에는 "계약금"에 관한 규정은 있어도 "가계약금"에 관한 규정은 없습니다. 따라서 가계약금 분쟁에 민법 제565조 제1항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본계약이 성립하지 않으면 매도인(임대인)은 가계약금 전액을 반환해야 합니다.
2. 그러나 가계약금이 해약금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울산지방법원 판결이 말하듯 결국은 당사자 의사의 문제이므로,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삼기로 한 약정이 있었다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그 기준을 다음과 같이 세웁니다.
가계약금에 관하여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에 비추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한편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당사자들 사이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다248312 판결).
두 가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첫째, 가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 상환하고 계약 체결을 그만두기로 하는 약정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해약금이 됩니다. 둘째, 가계약 단계에서 목적물·대금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 방법까지 합의되었다면 그것은 이미 "계약"이 성립한 것이어서, 가계약금이 아니라 계약금 법리로 넘어갑니다.
3. 공인중개사의 문자 한 통으로 해약금 약정이 되지는 않습니다
위 울산지방법원 사건에서는 공인중개사가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이 사건 가계약금은 계약금 일부로서 매도인은 배액상환, 매수인은 계약금 포기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가계약금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문자 하나로 판단하지 않고 계약에 이른 경위,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을 종합해서 봅니다.
이처럼 가계약금 분쟁은 액수가 작아 보여도 사실관계 해석이 까다롭습니다. 가계약 당시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 중개사의 설명, 송금 메모, 본계약이 무산된 경위가 모두 증거가 되므로, 분쟁이 생겼다면 자료를 지우지 말고 그대로 보관한 상태에서 상담받으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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