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 어디까지 낮아졌나 : 2023년 전원합의체 판례 변경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면 성립합니다. 이 폭행·협박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를 두고 대법원은 2023년 9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래 법리를 폐기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기준이 수사와 재판의 출발점이 되어 있으므로, 내용을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1. 구성요건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군형법상 강제추행(제92조의3),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도 같은 구성요건 구조를 따릅니다.
2. 종래 법리 : 두 유형, 두 기준
형법에서 "폭행"과 "협박"은 조문마다 요구되는 정도가 다릅니다. 폭행은 사람·물건에 대한 모든 유형력 행사(내란죄)부터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폭행죄),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강도죄·강간죄)까지 단계가 있고, 협박도 공포심을 일으킬 목적의 해악 고지(내란죄)부터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협박죄),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강도죄·강간죄)까지 나뉩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을 두 유형으로 나누어 다른 기준을 적용해 왔습니다. 기습추행형, 즉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인 경우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이기만 하면 힘의 강약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폭행·협박 선행형, 즉 폭행이나 협박이 추행보다 앞서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강간죄와 같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를 요구했습니다.
3.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피고인이 4촌 친족인 15세 피해자에게 "내 것 좀 만져줄 수 있느냐"며 손을 잡아끌었고, 피해자가 거부하고 나가려 하자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며 끌어안아 침대에 쓰러뜨린 뒤 가슴을 만지고, 방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약 1분간 끌어안았습니다.
원심은 종래 법리에 따라 "만져달라", "안아봐도 되냐"는 말이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심을 주는 말이 아니고,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으니 물리력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종래 법리를 폐기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끌어안고 올라타 가슴을 만진 행위는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로서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4. 한 줄 요약과 실무상 의미
폭행·협박 선행형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 기준이 낮아졌습니다. 종래보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쉬워졌다는 뜻입니다.
고소당한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 "힘을 쓰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쟁점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 접촉이 있었는가"로 옮겨 갔고, 결국 당시 상황과 대화, 전후의 메시지, 관계의 맥락으로 동의 여부를 다투게 됩니다.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저항하지 못했다"는 사정이 더 이상 불리한 사정이 아닙니다.
어느 쪽이든 경찰 조사 전에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하고 가야 합니다. 특히 피의자는 첫 조사에서 한 진술이 끝까지 따라다니므로, 조사 전에 변호인과 사건을 검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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