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기 전에 합의해도 될까 : 고소 전 합의의 의미와 주의할 점
형사 사건의 피해자가 고소나 신고에 나아가기 전에 가해자와 합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맡은 사건 가운데도 이렇게 마무리된 것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1. 고소 전 합의란
말 그대로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고소나 신고를 하기 전에 가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는 것입니다. 보통 피해자가 민·형사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 들어갑니다.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는 고소 뒤에 합의가 되면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밖의 범죄는 고소 뒤에 합의가 되더라도 양형에 반영될 뿐 대부분 처벌됩니다. 2023년 7월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이 삭제되면서 이 범위는 더 좁아졌습니다. 그래서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범죄의 가해자에게 고소 전 합의는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입니다.
2. 피해자에게도 이유가 있습니다
가해자만 좋은 제도로 보이지만, 피해자가 먼저 원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고소하면 피해자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피해 내용을 반복해 진술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입니다. 형사 절차는 더디게 진행되어 수사, 재판, 항소와 상고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일이 흔합니다. 금전 피해는 형사 절차와 별도로 민사소송을 해야 회복됩니다. 그 밖에 여러 사정으로 조용하고 빠르게 끝내고 싶은 피해자가 있습니다.
이것은 피해자 입장의 이점을 나열한 것이지, 피해자에게 고소 전 합의를 권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고소 전 합의를 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저는 성범죄 피해자와 상담할 때 피해자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고소 전 합의를 안내조차 하지 않습니다.
3. 주의할 점
고소 전 합의에는 "그 합의가 유효한가", "합의 뒤에 고소하면 어떻게 되는가", "합의금이 공갈이나 강요로 평가될 위험은 없는가"라는 쟁점이 따릅니다. 피해자 쪽에서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며 고소를 압박 수단으로 쓰면 그 자체가 문제될 수 있고, 가해자 쪽에서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합의를 종용하면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시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는 사실관계, 금액, 지급 방법, 민·형사상 조치 포기의 범위를 분명히 적어야 하며, 어느 쪽이든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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