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변호사의 기록DK-LAWYER.CO.KR
부동산 · 작성 2023. 2. 8. · 갱신 2026. 11. 4.

전세 계약 중에 집주인이 바뀌었다면 : 보증금은 누구에게 청구하나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면 새 집주인이 임대인 지위와 보증금 반환채무를 그대로 넘겨받습니다. 다만 집이 넘어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면 종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남습니다.

전세사기 유형 가운데 하나가 이것입니다. 종전 집주인이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자마자 그 집을 새 집주인에게 팔아 버립니다. 매매대금은 사실상 전세보증금으로 치러지고, 새 집주인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소유권과 함께 보증금 반환채무를 떠안습니다. 종전 집주인은 보증금을 챙겨 빠져나갑니다. 세입자는 뒤늦게 집주인이 바뀐 것을 알게 됩니다. 이때 종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할 수는 없을까요.

아래에서는 편의상 전세계약·기존집주인·신규집주인·세입자 대신 임대차계약·임대인·양수인·임차인이라는 법률 용어로 적겠습니다.

1.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면 양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합니다

임대차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계약이므로, 원칙적으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고 제3자인 양수인에게는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 보호를 위해 특별한 규정을 둡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①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④ 임차주택의 양수인(그 밖의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치면 대항력이 생기고, 그때부터는 제3자에게도 임대차가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도 "주택의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갖춘 후 임차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되어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양도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반환 채무는 소멸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35616 판결).

즉 원칙은 이렇습니다. 집주인이 바뀌면 임차인은 새 집주인(양수인)에게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종전 집주인에게 청구할 길은 없을까

대법원은 임차인에게 선택권을 인정합니다.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임대차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정리하면, 임차인이 ① 집이 양도된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② 종전 집주인에게 이의를 제기하면, 양수인과의 임대차관계에서 벗어나 종전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새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등 승계된 임대차를 인정하는 행동을 했다면, 그 뒤에 종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의 제기는 내용증명처럼 날짜와 내용이 남는 방법으로 해야 나중에 "상당한 기간 내"였음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3. 그냥 살 것인가, 종전 집주인에게 청구할 것인가

집주인이 바뀐 것을 알았을 때 임차인의 선택지는 둘입니다. 새 집주인을 받아들이고 계약 기간 동안 계속 거주하는 것, 아니면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고 종전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가 언제나 정답은 아닙니다. 종전 집주인이 이미 보증금과 매매대금을 써 버렸고 다른 재산이 없다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실제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새 집주인이 무자력인 "바지 집주인"이라면 종전 집주인의 재산을 상대로 가는 것이 현실적인 길입니다. 누가 돈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방향을 정해야 하므로, 등기부와 계약 경위를 가지고 상담받으시기를 권합니다.

글쓴이 변호사 이동규 · 위솔브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형사, 교통사고·보험, 부동산·임대차 사건을 직접 맡아 처리하며, 사건에서 정리한 법률 쟁점을 이곳에 기록합니다.
원문은 네이버 블로그에 2023. 2. 8. 처음 올렸고, 이 글은 현행 법령·판례에 맞게 고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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