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 요건 검토와 진술 방향 정하기
경찰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연락을 받으면 누구나 당황합니다. 그러나 명예훼손은 요건이 비교적 뚜렷한 범죄여서, 조사 전에 요건을 하나씩 짚어 보면 방향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1. 조사 전에 고소장부터 확보합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고소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경찰이 조사 일정을 잡으려 하면 바로 응하지 말고, "정보공개청구로 고소장을 확인한 뒤 조사에 응하겠다"고 답하시기를 권합니다. 정보공개포털에서 해당 경찰서를 상대로 청구하면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가린 고소장 사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사건이니 경찰서에 오면 알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혼자 조사를 받은 뒤 찾아오시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나중에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습니다. 명예훼손은 "어떤 표현을, 누구에게, 어떤 경위로" 했는지가 전부인데, 고소장을 보지 않고는 그 표현이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2.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 검토합니다
주로 문제되는 것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입니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연성, 사실의 적시, 특정된 사람의 명예 훼손이 요건입니다.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은 공연성,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입니다. 한 사람에게만 말했더라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이므로(전파가능성 이론), "한 명한테만 말했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카카오톡, 인터넷 댓글, SNS처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에는 "비방할 목적"이 추가로 필요하고 형은 더 무겁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도 자주 쟁점이 됩니다. 실명이 아닌 아이디나 닉네임을 상대로 쓴 글이라면, 그 아이디가 특정인을 가리킨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알 수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는 특별한 위법성조각사유가 있습니다.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고 주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처벌받지 않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경우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비방 목적이 부정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3. 진술의 방향을 정하고 조사에 임합니다
요건 검토가 끝나면 전체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예컨대 "그런 글을 쓴 것은 맞지만 진실한 사실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은 것"이라는 방향을 잡았다면, 조사에서는 그 사실이 진실이라는 근거와 공익적 동기에 초점을 맞추어 진술을 준비합니다. 반대로 "공연성이 없다" 또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방향이라면 대화 상대방과의 관계, 대화방의 성격, 글의 맥락을 정리합니다.
방향 없이 조사에 들어가면 수사관의 질문에 끌려가면서 서로 모순되는 답을 하게 되고, 그 조서가 끝까지 남습니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이 준비가 결과를 가릅니다.
4. 마무리
2026년 10월 형사사법 체계 개편으로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뀌었지만, 명예훼손 사건이 경찰 수사에서 시작되고 수사 결과에 따라 불송치 또는 송치되는 구조는 같습니다.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이고, 그 가능성은 첫 조사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고소장을 받으셨다면 조사 날짜를 잡기 전에 연락 주십시오. 상담 과정에서 무리하게 선임을 권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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